국제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고, 미국 경기도 불안했지만 상장회사 1분기 실적은 좋았다. 1000원어치를 팔아 거래소 기업은 79원, 코스닥 기업은 51원을 남겼다. 각각 1년 전보다 10원과 1원이 늘었다. 불리한 여건을 감안하면 장사를 잘한 셈이다. 다만 환율 하락을 우려해 걸어둔 환 헤지가 발목을 잡았다. 특히 코스닥 상장사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늘었음에도 파생상품 거래에서 본 손실 탓에 순이익이 급감했다. 거래소와 코스닥 모두 업종 대표주가 실적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증권선물거래소는 20일 이런 내용의 거래소와 코스닥 12월 결산법인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굿모닝신한증권 문기훈 리서치센터장은 “상장사 1분기 실적이 개선된 건 대외 악재에 대한 국내 기업의 대응력이 그만큼 강해졌음을 보여준다”며 “주가도 실적에 따라 크게 차별화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수출주 선전한 거래소=“환율 수혜는 나쁜 이익”(LG전자 남용 부회장)이라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수출 기업은 환율 덕을 톡톡히 봤다. 1분기에만 달러당 5.8%의 실적 개선 효과가 생겼기 때문이다. 특히 IT 업종의 1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5%나 늘었다. 자동차가 속한 운수장비 업종도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비 88% 증가했다. 최근 주식시장에서 IT·자동차 관련주가 두각을 나타낸 것도 이러한 실적이 뒷받침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금융업은 맥을 못 췄다. 12개 금융회사의 매출액(영업수익)은 20조6671억원으로 1년 전보다 48% 늘었으나, 순이익은 2조9180억원으로 오히려 35%나 줄었다. 대출·예금 금리 차가 준 데다 경쟁 격화로 영업비용이 급증한 게 수익을 갉아먹었다. 환율 수혜를 본 수출주의 약진은 10대 그룹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LG전자·LG디스플레이 등 IT 기업을 주력 계열사로 둔 LG그룹은 1분기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727%나 늘어났다. 삼성그룹도 순익이 30% 증가했다. 그러나 고유가의 영향으로 해운·물류 기업을 산하에 둔 한진그룹은 적자로 전환했으며,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순익도 89% 줄었다.
◇환 헤지에 발목 잡힌 코스닥=884개 상장사의 1분기 매출액은 17조4000억원, 영업이익은 8900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1년 전보다 14.6%와 16.4% 늘었다. 하지만 순이익은 4000억원으로 같은 기간보다 34% 줄었다. 1분기 원-달러 환율이 애초 예상과 달리 크게 오르는 바람에 파생상품 거래에서 큰 손실을 낸 탓이다. 지금까지 공시한 손실만 512억원에 달한다. 아직 공시하지 않은 것까지 합치면 손실액이 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거래소는 추산하고 있다. 실적은 업종별로 엇갈렸다. 방송서비스업종은 GS홈쇼핑·CJ홈쇼핑 등의 호황으로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NHN·다음 등 인터넷서비스업도 검색·배너광고와 게임 매출이 늘어 대규모 순이익을 냈다. 반면 IT부품·반도체·통신장비와 같은 IT하드웨어 업종은 여전히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금융업도 벤처금융이 위축된 탓에 성적이 좋지 않았다. 우량 기업과 나머지 기업 간 격차도 더 벌어졌다. 코스닥 스타지수에 들어간 29개 기업의 영업이익과 순이익 증가율은 각각 26.2%와 27.2%로 코스닥 전체 평균을 훨씬 웃돌았다. 1000원어치를 팔아 얻은 이익도 166원으로 코스닥 평균의 세 배가 넘었다. 전체의 62.6%인 553개사가 흑자를 낸 반면 37.4%인 331개사는 적자를 봤다.